해외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중 "RED light district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홍등가" 지역을 방문해서 그 지역의 특성과 이색적인 부분을 다큐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2003-2004년까지 전 세계의 홍등가 총 14곳을 방문해서 만든 다큐입니다.
필리핀 앙헬레스는 가장 초창기인 2003년에 촬영을 한 것 같습니다. 호스트로는 "Garnet Harding" 이라는 캐나다 사람이 출연을 했고, 최근에 Reel 2020에 배우 역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생각 외로 17년이 지났지만, 얼굴이 많이 변하지는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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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필리핀을 방문하기 시작한 날이 2008년입니다. 그러니 이 영상은 제가 필리핀을 알기 5년정도 전에 만들어진 영상인데, 제가 처음 워킹 스트릿을 방문했을 때 보다 많은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2022년이 된 지금과 비교해보면 무척이나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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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유명했던 술집 이름들이 영상에 나오지만, 이제는 그 이름의 대부분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한 화면 속에 나와 인터뷰를 하는 접대부 여성의 모습도 지금과 비교 해보면 한없이 촌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앙헬레스 "워킹 스트릿트, 필즈 에비뉴"라는 곳은 미군기지의 미군들이 휴양을 목적으로 만든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금이나 예전이나 크게 변한 것은 없습니다.
마치 이 영상을 보고 있으면 필리핀에서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제는 많이 세련되게 달라진 건물, 약아지고 더 아름다워진 접대부 여성들의 모습보다는 왠지 순수했을 것 같은 20여년 전의 그곳의 모습이 그립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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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앙헬레스 필즈에비뉴"가 다른 기타 유흥 지역과 다른 점을 "한번 빠지면 단골이 되는, 계속 오게 만들고 그래서 관광객들끼리도 서로 많이 알게 되는 곳"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시 물가로 미국이나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저렴한 것도 큰 장점으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EWR, Earlier Work Rate 이라는 제도, 지금의 happy hour라고 해서 이른 시간에는 할인을 해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Ring the bell, 벨을 울리면 그 술집에 있는 모든 접대부에게 술 한잔씩 사는 제도, 샤워 스트립쇼 등이 당시에도 있었던 유흥가의 영상속 모습입니다.
지금도 있는 "코코모스, 부두, 트레저 아일랜드(보물섬) " 의 주인인 "데이브"라는 퇴역군인이 인터뷰를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영상 속의 주인공은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있는지 궁금하네요. 호스트가 데이브에게 왜 많은 사람들이 앙헬레스에 정착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데이브의 대답은 명쾌한데요...
1) 물가싸고 의료시설이 좋고
2) 편의시설도 완벽하고 (케이블 tv, 인터넷)
3) 고급식당, 최고급 골프장 등 즐길 거리가 많고
4) 나이차이, 피부 차이 등의 차별이 없다.
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물론 데이브가 이야기한 것은 한국 사람들을 기준으로 봐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지만, 미국의 중소 도시나 다른 서양 국가를 기준으로 볼 때 지금도 납득이 갈만한 조건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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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속에서 정말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뒷골목 사창가"라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한 홍등가를 호스트가 소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곳은 필즈 에비뉴의 blow job거리라고 소위 불렸던 A. santos street입니다. 지금은 "와일드 오키드" 호텔, 심지어는 최고급 콘도와 고층 호텔들이 여러 개 위치하고 있습니다.
영상속 지프니 비용이 4페소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현재 8페소인 가격을 보면 대중교통 비용도 20년 동안 2배가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직업여성들과 이야기하는 인터뷰도 잠깐 실렸는데, 이구동성으로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런 현실은 강산이 2번이나 변하는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니, 유흥가의 모든 여성은 이런 멍에를 지고 사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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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큐의 끝 부분에서 한 서양인이 "필리핀 사람은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오늘만 산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여러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인데, 미래를 보고 살았던 서양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필리핀 사람들의 생활태도를 콕~ 집어서 이야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만 살면, 걱정이 없을 것이고 그런 필리핀 사람들과 어울려서 여가를 며칠 보내는 목적으로 서양사람들에 의해 필즈 에비뉴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20년 전의 모습 속의 앙헬레스의 영상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영상 속 필리핀 여성과 여가를 즐기던 서양 중년, 노년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니 제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어째보면 변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저의 가냘픈 육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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