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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고수를 찾아서
여행

필리핀 유흥가에서의 신성모독

by pogicris 2022. 2. 17.

 

신성모독, desecration 은 시대와 장소를 떠나서 무거운 의미가 있는 단어입니다. 

또한 이 말은 어찌 보면 사회나 문화적 배경이 다른 민족과 사람들 사이에서 오는 마찰 혹은 오해로서 발생이 되곤 하는 민감한 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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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앙헬레스 필즈에비뉴는 약 500여 미터의 거리 안에 수십 개의 유흥업소가 밀집되어 있는 동남아서 몇 안 되는 집단 홍등가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 지금은 없어졌지만 2011년에 꽤나 큰 술집의 인테리어가 화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한국의 메이저 방송사에서도 방영이 되었을 만큼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술집 안 무대 중앙에 대형 "부처님의 동상"이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술집이 건전한 분위기의 이색적인 곳이 아니라 여타 다른 고고바(gogo bar 혹은 vinkin bar)처럼 여성을 골라서 2차를 즐기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동상 앞에서 반나체 혹은 비키니의 여성들이 공연, 춤, 퍼포먼스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필리핀 처럼 가톨릭 국가에서는 부처님 동상이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불교를 믿는 혹은 불교가 국가인 나라에서는 놀라 자빠질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필리핀이 불교와 전혀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필리핀에 거의 대부분의 경제권을 손에 쥐고 흔드는 사람들이 중국 본토에서 넘어와 이주한 화교들이고 이 화교들의 많은 종교가 아직도 뿌리를 "불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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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홍등가 술집에 설치된 부처님 동상은 단순한 인테리어나 문화적 무지를 넘어서 "신성모독, desecration"까지 논란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 이 술집은 무대 퍼포먼스, 여성들 관리 등등을 아주 잘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성모독이라는 쉽지 않은 무게감은 단순히 부처님을 섬기는 불교신자뿐 아니라 타 종교인들에게도 눈살을 찌 풀이 게 만들었고, 결국은 이 부처님 동상을 무대에서 없애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많은 국가에서 이 장면을 찍어서 사회적, 문화적 이슈로 뉴스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이 술집은 노이즈 마케팅은 되었느지 모르겠지만 이후 점점 쇠퇴하여 결국 운영주체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당시 술집의 실질적 경영주는 필리핀 사람이 아닌, 독일이나 미국의 서양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양인들이 본 시각에서 부처님은 신기한 문화적인 심벌 정도로 쉽게 생각해서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소위 "노이즈 마케팅"의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이런 "신성모독"이라는 이슈를 택하지 않았나란 생각도 듭니다. 

필리핀이 가톡릭 국가이고 불교신자가 극히 적어서 사회적. 법률적 처벌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문화적 이해의 오류때문에 발생한 참 보기 드문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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